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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책] 공병호의 고전강독1,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

by 수별이 2012. 7. 27.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도 훨씬 전에 소크라테스가 살았다. 그의 나이 60세 전후에 20대의 청년 플라톤을 만났는데 이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접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생애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69년에 태어나 기원전 399년에 사형을 당할 때까지 약 70년을 살다 간 인물로 플라톤과는 약 40년의 나이차이가 난다. 두 인물 모두 혼란스러운 시기에 태어났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사상을 남겼고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나라면 어떤 선택을?


위대하고 강력하며 현명한 아테네 시민의 그대, 나의 벗이여, 그대는 최대한의 돈과 명예와 명성을 쌓아올리면서도 지혜와 진리와 영혼의 향상은 돌보지도 않고 전혀 고려하지도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가? - p.54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청년들을 화려한 언변술로 꾀어 타락시키고 아테네가 믿는 신을 믿지 않는다는 죄목으로 고발당해 배심원들의 결정으로 사형을 당한다. 사형이 언도되고 독약을 마시는 순간까지 그가 살 수 있는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선택했다. 사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옹호하고 배심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만 해도 모자랄판에 그는 오히려 배심원들을 훈계하고 있다. 옳은 것을 실행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이 없다면 불가능한 행동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영혼이 성숙하지 못하고 대쪽같은 신념이 없다면 달콤한 유혹 앞에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 최근 신문 1면을 차지했던 고위 공직자의 측근이 연루된 비리사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소크라테스가 하고자 하는 말도 이것이다. '인격 성숙을 위해 노력하고 신념을 버리지 말아라.'

만약 소크라테스가 지금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면 신문 1면에 등장하는 자들을 향해 뭐라고 했을까? 먼저 '너 자신을 알라(γνῶθι σεαυτόν) ' 이 말이 아닐까.





『파이돈』자살은 인간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


"그러면 만일 자네의 소유물 중 하나, 예컨대 소나 나귀가 죽는 것이 좋겠다고 자네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들 마음대로 자살한다면 자네는 분노하지 않겠나? 그리고 가능하다면 소나 나귀를 처벌하지 않겠나?

"화를 내고 처벌해야지요."

"그렇다면 문제를 이와 같이 볼 때, 사람은 응당 기다려야 하고, 신이 지금 나를 부르는 것처럼 신이 부를 때까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데에는 까닭이 있다고 할 수 있네." - p.208

키우던 가축이 주인도 모르게 자살해 버린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지에 비유해서 자살을 설명하고 있는 소크라테스. 비유가 정말 탁월하다. 물론 신이나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전혀 없겠지만 하나님을 믿는 나는 자살을 하면 안되는 이유를 이토록 명확하게 설명한 문장은 본 적이 없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오히려 기쁘게 여겼던 것 같다. 죽음이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면서 영혼이 사후 세계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믿었다. 육체 안에 영혼이 들어있을 때는 육체가 있음으로해서 생기는 여러가지 유혹들 때문에 영혼을 단련시키기가 힘들었는데, 죽음으로 인해 육체에서 해방이 될 수 있으니 좀 더 자유롭고 심오하게 영혼을 돌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 최고의 가치를 '영혼의 자식'을 낳는 것으로 여겼던 그였으니 이렇게 생각했을법도 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대담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죽음 앞에서 이렇게 초연해지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철학을 미리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제대로 된 철학과 신념이 있다면 길지 않은 이 생을 살면서 좀 더 가치있고 아름다운 일들을 할 수 있을테니까.





고전읽기, 해야 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일

"나에게 소크라테스와 식사할 기회를 준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과 그 식사를 바꾸겠다"   
- 스티브잡스

이런면에서 볼 때 고전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25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 쓴 책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 중요성은 입증된 셈이다.

이 책 '공병호의 고전강독'은 번역서를 인용해서 이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해석을 덧붙여 독자들이 좀 더 고전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번역서부분만 보면 도대체 소크라테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친절하게 해석해주니 도움이 많이 됐다. 

고전읽기에 도전하고 싶은데 어려울까봐 망설여진다면 우선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글재주가 없어 책에서 받은 감동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정말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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