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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영화] 트로이(2004), ‘파리스’왕자의 선택은?

by 수별이 2012. 6. 29.

                                                출처: 네이버 영화

야심 차게 준비한 저의 고전 읽기 첫 단추는 바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였는데요, 일단 책의 분량에 한번 놀랐고 첫 장부터 머리가 멍해지게 만드는 호메로스의 솜씨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는 예전부터도 읽기 어려워했었는데 '~의 아들' 이런 식으로 묘사와 설명이 이루어지니까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반품을 하고 일리아스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영화 '트로이'를 아주 재미있게 감상을 했습니다. 평점도 8점대로 많은 분들이 좋게 본 영화인 것 같습니다.

 

트로이와 그리스 사이에 맺어진 평화조약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 '메네라우스'의 아내 '헬레나'를 납치(?)해 가면서 깨지게 되는데요, 이 일을 빌미 삼아 그리스가 트로이를 삼키기 위해 공격하여 결국은 성공한다는 이야기로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이렇게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160분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 낸 볼프강 페터슨 감독이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헥토르와 파리스 왕자. 헥토르 역은 영화'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 시간여행자 역을 연기했던 '에릭 바나'가 맡았는데요, 아킬레스와 결투를 할 정도로 굉장한 전사이자 죽음 직전에 놓인 동생을 위해 서슴없이 칼을 휘두를 줄 아는 멋진 형 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파리스(올란도 블룸)는 형보다 무술 실력도 못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자기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르는 일을 덜컥 저지를 만큼 대책이 없는 성격 이기도 합니다(이렇게 쓰니 꼭 제가 파리스왕자 안티 같군요 ㅋㅋ).

 

아킬레스. 발 뒤꿈치가 치명적인 약점인 아킬레스는 결국 전쟁 중에 파리스가 쏜 화살에 맞아 죽게 되는데 겨우 발 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다니!!!! 결말을 알면서도 굉장히 안타까운 장면이었습니다. 엄마가 여신이니 한번쯤 '부활찬스' 를 줄 수도 있었을텐데 ….-_ㅠ

 

트로이 전쟁의 핵심인 그 유명한 트로이목마. 파리스 왕자가 태워버리자고 했을 때 바로 태웠다면 트로이가 멸망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트로이가 멸망하는 대가로 우리 관객들은 멋진 아킬레스를 다시 한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ㅋㅋ 트로이 목마가 불에 탔더라도 아킬레스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았겠지만 만약 이렇게 됐다면 영화는 엄청 지루했을거에요.

 

아가멤논(브라이언 콕스)과 메네라우스(브렌단 글리슨) 형제. 아 정말 이 두 분은 구별하기가 너무 어렵네요. 쌍둥이처럼 너무 비슷해서 같이 나오면 대화보고 구별할 수 있겠는데 혼자 나올 땐 누군지 한참 헷갈렸어요. 생김새뿐만 아니라 몸매도 어찌나 흡사한지;; 메네라우스의 아내 헬레나(다이앤 크루커)가 왜 남편에게 정을 못 주고 파리스를 보고 한눈에 반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ㅋㅋ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헥토르와 아킬레스의 결투장면도 아니고 트로이목마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파리스가 메네라우스와의 결투 중 형에게 달려가 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사랑하는 여인과 가족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그런 굴욕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아마 쉽지 않았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스는 상처입은 다리를 질질 끌고 가 형의 다리를 덥석 잡고, 형 헥토르는 칼을 휘둘러 메네라우스의 가슴을 관통시킵니다. 파리스는 이 결정을 후회했을까요?

이날 밤 헬레나는 파리스의 다리 상처를 치료해주며 위로하지만 파리스는 몹시 괴로워합니다. 모두들 자신을 겁쟁이라 여길 것이라며 자책하죠. 그렇지만 이렇게 살아남은 파리스는 나중에 아킬레스에게 활로 죽음을 되갚아주며 형의 복수를 하는 공(?)을 세웁니다(물론 정정 당당하게 결투를 해서 거둔 승리는 아니었지만).

이쯤에서 드는 생각 하나.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1. 눈을 감고 메네라우스의 칼에 얌전히 목을 맡긴다.
2. 영화에서처럼 형에게 기어가 매달린다.
3. 메네라우스에게 비굴하게 빈다.
4. 끝까지 싸우다 죽는다.

제가 폼생폼사인 남자였다면 당연히 4번을 선택했겠지만, 소심한 女人인 관계로 2번을 택할 것 같네요. 아무리 용기가 충만한 남자라도 칼이 눈 앞에 있는데 얌전히 목을 맡기기는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일 것 같아요. 그렇다고 온 나라의 군사, 가족들 그리고 연인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자존심 상 선뜻 2번을 택하기도 쉽진 않겠지만 죽음 앞에서 그깟 자존심쯤이야;;;ㅋㅋ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전쟁영화는 재미 없어서 안 보는데 트로이는 러닝타임이 긴데도 불구하고 몹시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혹시 안보신 분 있다면 주말에 보시길 추천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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