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 영화

[영화] 가비(2012), 그토록 뺏기시고 아직 더 내어줄 게 있으십니까?

by 수별이 2012. 5. 29.


아주 오랜만에 진하게 여운이 남는 영화 한편을 봤습니다.
바로 지난 3월에 개봉한 '가비' 인데요, 1896년 아관파천 무렵 우리나라가 세계 열강들에게 물어뜯기던 그 시대가 배경이라 그런지 마음 아픈 여운이 영화가 끝나고나서고 계속 되네요.





러시아 대륙에서 커피와 금괴를 훔치다 러시아군에게 쫓기게 된 일리치(주진모)와 따냐(김소연)는,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의 음모로 조선으로 오게 됩니다. 일명 '가비작전'으로 불리는 이 작전은 따냐가 커피에 독을 타 고종을 암살하고 일리치가 조선의 군대를 무기력하게 만듦으로써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는 데에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러시아군에게 총살당할 것을 일본이 구해주었기 때문에 둘은 어쩔 수 없이 이 작전에 동의하게 되죠. 이 때부터 따냐는 고종의 바리스타로, 일리치는 일본군의 대장 사카모토로 살아가게 됩니다.




고종의 곁에서 가비를 만들며 그를 암살하려던 따냐. 그러나 결국은 마음 속에 조선을 품고 궁녀가 됩니다. 조선을 향한 고종의 진심이 그녀에게 전달되었던 것이겠지요.


-  너희가 내게서 무엇을 뺏으려는게냐? (고종)
-  그토록 뺏기시고 아직 더 내어줄 게 있으십니까? (따냐)

가장 마음이 아팠던 대사였습니다. 외세의 위협에 궁을 빠져나와 남의 나라 공사관에 머물던 고종의 참담한 심정이 잘 드러나는 대사이기도 했고, 고종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왕을 몰아붙이던 따냐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이 오히려 제 마음을 후벼파는 것 같았으니까요. 따냐는 고종에게 자신을 이용하라고 합니다. 전하의 눈과 귀가 되어주겠다고 하면서요.




따냐의 마음 속에 조선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낀 일리치는 목숨을 걸고 왕을 찾아가 자신이 조선을 위해 일본과 싸울테니 따냐를 보내달라고 무릎꿇고 이야기합니다. 일본으로부터 등을 돌리기로 결심한 것이지요. 따냐와 일리치를 이용해 조선을 무너뜨리려던 일본의 가비작전이 실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따냐는 끝까지 왕을 지켜내고, 일리치는 일본군을 함정에 빠뜨려 몰살시키는 공을 세우지만 이를 묵인할리 없는 사다코에 의해 결국은 죽음을 맞게 됩니다. 이 후 왕은 경운궁으로 돌아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훗날 관광객들이 경운궁을 관람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참고로 경운궁은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조선 시대의 궁궐로 원래의 명칭은 경운궁이지만, 1907년 고종이 순종에게 양위한 뒤 이곳에 살면서 명칭을 덕수궁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피멍으로 가득한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왜들 그렇게 우리나라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 왜 우리는 그렇게 약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렇게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가 평점이 6점대라는 것이 조금 안타까운데요ㅠㅠ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