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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책] 김태훈의 랜덤워크(2010), 이 분은 죽으면 술이 될 듯.

by 수별이 2012. 5. 18.








랜덤 워크Random Walk란 남들과 똑같이 일관성 있는 삶을 살기보다는 마음대로 자유롭게 분야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김태훈의 행보를 뜻하며 멀티맨 김태훈은 랜덤 워커(Random Walker) 라는 새로운 정의를 얻게 되었다.

                                                                                               - 출판사 서평 중




평소에 TV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그저 말 잘하고 아는 것 많은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이 사람, 박학다식한 건 기본이고 취미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은 한마디로 늙어 죽을 때까지 삶을 심심하게 보내지는 않을 것 같은 사람이다.

책을 읽기 전에 김태훈에 대한 사전정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막연히 학창시절 공부 잘 하고 똑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게 웬걸, 그는 까까머리 중학생시절부터 영화란 영화는 모두 섭렵하고(심지어 청소년이 보면 안되는 영화까지도!), 영화에 삽입된 팝송들도 모조리 들어버린 탓에 공부와는 거리가 좀 멀었던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좋아하는 것에만 몰입한 결과 그는 대입재수를 해야했고 힘들게 대학에 입학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아한 것 한가지! 왜 그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불문과를 선택을 했을까?
대학은 가야겠는데 가고싶은 과는 부모님이 반대해서? 아니면 성적이 안돼서? 아무튼 저자는 관심도 없는 프랑스어를 해독하느라 힘들게 5년을 보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좋아하던 것을 학문으로 접근해서 배우기 시작하면 지루해지고 관심이 없어지는 경험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해가 될까? 만약 저자가 영화와 음악 평론에 관한 학과에 입학을 해서 이것을 하나의 학문으로 배웠다면 지금과 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팝칼럼리스트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을테니까…….




책은 일기처럼 소제목이 달려있고 이 주제에 맞춰 한두장 정도 분량의 글이 있는데
이 소제목마다 이처럼 유명인사들의 명언이나, 영화의 대사 혹은 저자의 지인들이 보낸 의미심장한 짧은 메시지들이 첨부되어 있다. 이것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끄덕끄덕 공감하는 것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고장난 차를 수리하면서 영화 007 시리즈를 떠올리고 비오는 날 우산이 없어 우투커니 기다리면서 음악 'Sining in the rain' 을 떠올리는 삶 자체가 영화이자 음악인 이 사람을 보고 있자니 내 삶은 너무 퍽퍽하고 건조한 것 같다. 문득, 예술이 밥먹여주냐는 물음에 강하게 그렇다고 대답한 '김형태'의 말이 생각난다(너 외롭구나, 예담, 2011).




책의 마지막에는 그가 언급했던 영화와 팝송들이 이렇게 정리되어 있어서 좋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동양부터 서양까지, 액션부터 멜로까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장르를 가리지 않는 그의 영화목록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난 워낙 영화와 음악에는 문외한인지라 그가 말한 영화 중에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좋은 영화들을 추천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이 목록들을 보면서 하나씩 섭렵해야지 ㅎㅎ 



영화 '영화는 영화다'를 보고 소지섭과 결혼하고 싶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할 줄 아는 사람,
술, 영화, 음악에 미쳐 온 몸의 90% 이상이 알코올과 예술로 가득 차 있는 사람,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발이 간지러워 늘 움직이고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
누구보다 남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미혼인 사람,
눈 감는 순간에도 영화를 보며 음악을 들을 것 같은 사람,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복 받은 사람,
야동마니아임을 공개할 줄 아는 사람,
미친 사람.


뭔가에 미쳐서 행복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게다가 그것이 직업이라면!
그러고보면 나는 살면서 이렇게 미쳐본 적이 없다. 책을 덮고나니 이 미친사람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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