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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책] 취향의 기쁨, 권예슬

by 수별이 2021. 11. 14.

 

국어사전을 검색해보면 취향의 정의가 아래와 같이 쓰여있다.

취향 [명사]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이 뭐예요?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답할 수 있을까? 

 

영화를 즐겨보지도 않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우물쭈물하다가 시간이 지나가버릴것같다. 저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천천히 생각해보니 나는 '시간'과 관련된 영화를 좋아한다. <인 타임>, <어바웃 타임>,<시간 여행자의 아내> 같은 류의 영화들.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무서워서 못보는데 유혈낭자한 영화는 잘본다. <쏘우> 시리즈도 재밌게 봤고. 드라마는 어릴 때는 본방사수하며 봤는데 지금은 쉽지가 않다. 우연히 채널 돌리다 보게 되면 보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본방사수하며 본 드라마가 <태양의 후예>다. 너무 오래전이네.

 

음악은 아이돌 팬이었을 때까지는 꽤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듣지 않는다. 이동할 때 뭔가를 듣게될 때는 프렌즈나 오디오북을 듣는 편이다. 

 

영화보다는 저자처럼 나도 책을 읽는 편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책을 엄청 많이 읽는 것은 아니다). 훨씬 접근성도 좋고 내 스케줄에 맞춰 진도를 나갈 수 있으니까. 멈춰서 생각하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적고 싶으면 메모를 남겨도 된다. 북마크 해놓은 곳을 찾기도 쉽다. 영화는 상대적으로 이런 것들이 어렵다. 자리잡고 앉아서 끝날때까지 시간을 통으로 써야하고 중간에 멈추고 음미할 시간도 없다. 특정 장면을 다시 보려고해도 어디쯤인지 찾기가 쉽지 않다. 책은 3D에 적합한 인간의 눈으로 읽기에 쉽지 않는 매체이긴 하지만 내 마음대로 읽다 멈추다 할 수 있어서 좋다. 최근에 읽은 책은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이고 현재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라는 책을 읽고있다.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라 천천히 읽는 중이다. 밀리의 서재를 보니 소설, 경제경영, 에세이 위주다. 머리를 써야하는 추리소설 보다는 일상생활 혹은 <천개의 파랑>같은 SF소설도 좋다. <태백산맥>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경제 전반에 관한 내용이나 투자에 관한 책도 관심이 있다. 근데 인생 책이라고 할만한 책이 있나? 아, 생각났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영화로도 나온 이 책을 나는 새벽 3시까지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몹시 스릴있고 결말이 궁금했던 터라 한장한장 넘어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적다보니 나도 취향이라는 것이 있구나. 새삼 이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처럼 나도 무색무취의 사람인줄 알았는데 취향이 있었다니. 감동. 다시 한번 취향의 정의를 살펴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이라고 되어있다. 하고 싶은 걸 못할 수는 있어도 어떤 방향으로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 아닌가. 여지껏 취향도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단정지었던 것을 반성한다.

 

근데 나는 이런 류의 것들을 좋아하지? 이 질문에는 답하기가 쉽지 않다. '음 그냥' 이라는 답 말고 나를 더 잘 표현할만한 답은 없을까? 왜 시간과 관련된 영화를 좋아하지?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니까 라는 답이라면 마블 영화류도 좋아해야할텐데 마블은 별로다. 아, 정의의 사도가 악당을 물리치는 스토리는 안좋아하네. 잔잔한 일상 이야기이면서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다룬 영화라서 그렇구나. 나는 과거나 미래로 가서 현실을 바꾸고 싶은 욕망이 있는걸까? 현실이 마음에 안드나? 그렇지.. ㅎㅎ 그래서 시간 관련 영화를 좋아하는건가;;ㅎㅎ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지난 5월 말부터 김신지 작가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고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그날의 식단, 인상 깊은 일,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적기도하고 식물 사진을 찍어서 저장해 두기도 한다. 이런 기록들이 쌓이고 모이면 내 취향도 더 확실히 드러나겠지?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하는 중이라 나도 신기하다. 잠깐, 기록도 취향이라고 할 수 있나? 

 

 

나는 A 가수의 음악을 좋아해. 라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왜 그 가수를 좋아하는지, 그 가수가 몸담고 있는 음악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 내가 가진 이야기와 어떤 부분에서 맞닿아 있는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내면과 함께 성장해나갈 때 비로소 그 취향은 나만의 정체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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