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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책] 라곰,롤라 오케르스트룀

by 수별이 2018. 7. 11.

 

 

대학 다닐 때 친구와 흉악범 관련된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친구는 날 것 그대로의 단어를 써가며 울분을 토했고

나도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것은 동의를 하나

너의 말은 너무 거친 것이 아니냐고했다. 

 

친구가 말하길, 고상하게 얘기를 하면 끓어오르는 분노가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된다고 했다.

 

'이런 나쁜 사람같으니.' 라고 말하는 것과

'저 개**, ** ** 어이없네' 라고 말하는 것은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친구가 생각난 것은

라곰이 '딱 적당한' 중용, 균형과 비슷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감정을 격하게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환상적인 축구 경기를 볼 때 조차도 '믿을 수 없다' 정도가 최고의 표현이고

'정말이지' 정도의 단어 하나가 추가되면 스웨덴어의 표현으로는 최상급이 된다고하니

우리나라 사람이 스웨덴에 살게되면 많이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웨덴의 별명은 '라곰의 나라'다. 스웨덴 사람들 스스로가 그렇게 부른다. 라곰의 개념을 삶의 근간으로 여기는 것이다. 감정을 조절할 때도 라곰이 필수다. 라곰은 감정의 낭비를 없애고 절제의 형태를 띈다. 라곰은 문화, 패션, 웰빙, 사업, 인간관계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다.(p.28)

 

 

 

 

 

 

 

 

워라벨(‘Work-life balance’의 준말) 이라는 말이 최근 뉴스나 기사에 많이 나온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인데 스웨덴은 이미 철저하게 워라벨을 실천하고 있다.

라곰이 일과 휴식에도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근로자는 최소 5주 동안 휴가를 하며 유급 육아휴직 기간은 한 아이당 16개월이다.

아이가 여럿이라면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지도 않으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기간이 상당하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와는 많이 비교가 된다. 우리나라도 육아휴직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중소기업에서는 임신만 해도 퇴사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인데.

 

업무 중에도 티타임처럼 '피카'라는 휴식시간을 갖는데 보통 하루에 3~4회 정도 된다고 한다. 야근이 일상화되고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업무환경을 생각하면 정말 부럽고 부럽다.

 

 

 

 

 

 물건을 소유하는 데 있어서 라곰의 기준은 실용적 이유가 있거나,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거나 둘 중 하나다. (p.120)

 

 

물건이나 가구, 옷을 사는 데도 어김없이 라곰은 등장한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되 필요한 물건은 지출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물건을 산다. 오래 써야하기 때문이다. 조악한 물건을 사서 자주 교체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물건을 사서 오래 쓰는 것이 환경에도 좋다.

 

옷을 살 때도 개성이 강한 옷보다는 여러 상황에 두루 입을 수 있는 것을 사기 때문에

오래 입고 낭비도 없다. 소비를 간소화하고 검소한 삶을 살면 마음도 편안해 질 것 같다.

 

 

 

 

 

스웨덴에서 세금이란 인생을 지나다 언젠가 궂은 날이 올 때를 대비해 모아두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스템을 신뢰한다.(p.192)

 

 

 

신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다.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고 국가가 징수하는 세금에 대해 불만이 없다.

스웨덴의 개인소득세는 평균 30~33% 정도이고 법인세는 22% 정도다.

우리나라의 종합소득세는 2018년 현재 6~42%, 평균 28% 이고

법인세는 2018년 현재 10~25%, 평균 20% 정도다.

 

내가 낸 세금이 언젠간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사회라니

부럽기만하다.  

 

 

 

 

 

스웨덴식 독창성의 비결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것을 개선해 나가는 데 투자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살면서 매일 봐야하는 것이라면 지속 가능해야 하며,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p.237)

 

 

튀는 것을 싫어하고 정규분포의 삶을 미덕(?)으로 여기는 스웨덴인데 이 나라는 의외로 스타트업 강국이다. 스카이프, 스포티파이, 마인크래프트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이 스웨덴 태생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복잡하고 현란한 기술보다는 단순함을 추구하다보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라곰은 각자의 삶에서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한 지점 즉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추구한다(p.242). 라곰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이루면서 폐허에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 과정이 불과 몇 십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때문에 스웨덴의 라곰같은 개념이 삶의 전반에 뿌리내릴 기회가 없었다. 주변 강대국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전쟁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개념은 오히려 천하태평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멀리보면 오히려 이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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