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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김인선 -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당신이 바라는 생의 마지막 모습은?

by 수별이 2011. 11. 29.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애써 이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은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이 죽음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봉사하며 살아가는 호스피스와 이들이 돌보는 환우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책이다. 죽음의 공포 앞에 놓여있는 환자들에게 안정과 편안함을 주고, 그들이 마지막 숨을 내쉴 때 옆에 있어주는 호스피스라는 직업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도 알게 되었고 나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게 한 책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한번쯤 읽어보면 그동안 살아왔던 삶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볼 수도 있고 앞으로 인생의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도 알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 100세까지 살 준비를 해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반도 못 산 이 시점에서 벌써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조금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시한부인생이 아닌 한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저자 김인선은 1972년에 독일로 이주하여 베를린에서 '사단법인 동행 - 이종문화 간의 호스피스'를 이끌고 있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의 대모이다. 그녀는 1960~70년대 외화벌이를 이유로 독일에 파견됐던 광부와 간호사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돕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생명보험금을 털어 이 단체를 설립했다고 한다. 그녀 덕분에 마지막 순간을 외롭게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얼마나 고마움을 느꼈을지 알 듯하다.

  이 책에는 파독 간호사나 광부가 되어 번 돈을 모두 가족들에게 보냈지만 마지막에는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 아이들을 위해 일을 열심히 했지만 결국엔 아이들과 멀어지고 병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 자신의 딸을 성폭행하는 짐승같은 짓을 하다가 말년에 간암말기 판정을 받고 홀로 죽어가는 노인, 열심히 살다가 치매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 마지막까지도 삶에 미련을 못 버리고 눈을 감은 사람, 어린 아이들이 있지만 편안한 모습으로 저 세상으로 간 엄마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호스피스 봉사원들을 만나면서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좀 더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삶의 끝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보면서 호스피스 봉사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눈 앞에 커다란 강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옆에는 작은 배가 한 척 매여 있군요.
 자, 강을 헤엄쳐 건너시겠습니까, 배를 타고 건너시겠습니까?"

"당연히 배를 타고 건너야지요."

"네, 그렇겠지요. 그럼 배를 타고 강을 건넌 뒤에는 배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달라이라마의 제자와 어느 아나운서의 대화 중 (p. 203 )





여기에서 배는 수단이고 강을 건너는 것은 목적이다. 바꿔말하면 돈, 명예, 좋은 차, 집 등과 같은 것들은 수단이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것만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어도 우리의 삶은 지금과는 훨씬 달라지지 않을까…….

  죽음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나이의 많고 적음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신이 아닌 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웰빙뿐만이 아니라 '웰 다잉'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서도 미리 써보고 내가 죽는 순간을 상상도 해보면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알 수 있고 지금 숨쉬고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을 수 있으니까.

  세상엔 소중한 금이 3가지 있다고 한다.
첫째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황금, 둘째는 부패를 막아주는 소금, 셋째는 바로 지금.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당신이 바라는 생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자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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