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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프랑켄슈타인

by 수별이 2025. 3. 30.

" 사랑과 우정을 그토록 원했지만 언제나 거부당했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모든 인간이 나에게 죄를 지었는데 왜 나만 죄인으로 몰려야하지?"

몇 년 전 세상이 내어준 풍경이 처음 눈 앞에 펼쳐졌을 때, 여름의 기분 좋은 열기를 느끼고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을 들었을 때, 그것이 내가 아는 전부일 때 울다가 죽었어야 했다. 

이제는 죽음이 나의 유일한 위안이 됐지. 죄로 얼룩지고 쓰디쓴 후회로 만신창이가 됐으니 죽지 않으면 어디서 안식을 찾는단 말인가"

저자 메리 셸리의 서사를 알고나니 이렇게 고독하고 외로운 괴물의 탄생이 어쩌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출산 중 사망, 본인은 유부남과 불륜, 이 와중에 낳은 딸은 사망, 불륜남의 만삭 아내는 자살, 이부 언니도 자살. 

새어머니와의 관계도 친밀하지 않았다고하니, 어린 소녀가 정서적 안정과 애정을 느낄만한 환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여 프랑켄슈타인의 등장인물들에 저자의 심리상태가 많이 투영이 된 것 같다. 어머니의 부재, 죄책감,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등 저자의 생애를 몰랐다면 평범한 한 편의 소설로 남았을테지만 알고나니 이 책은 어쩌면 살을 조금 붙인 저자의 자서전이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 온 세상이 축복으로 가득한데 오직 나만이 지독한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다" 

괴물과 빅터가 첫 대면에서 주고 받은 대화. 

" 어떻게 해야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이렇게 간절하게 아량과 동정을 애원하는 당신의 피조물에게 따뜻한 눈길 한번을 주질 않는군"

처음부터 끝까지 괴물이 원한 것은 단 하나다. 사랑.
처절한 고독 속에 혼자 숨어 사는 삶이 아닌 서로의 애정을 느끼며 사랑하며 사는 삶. 가슴이 아프다. 

괴물은 숲 속에서 발견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나는 누구일까 무엇일까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게될까 같은 '자아'가 형성된 인간이 품을법한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이게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 같다.

" 당신을 향한 감정은 증오뿐 이었지만 내가 도움을 청할 사람도 당신뿐이었지. 냉혹하고 무정한 창조자! 내게 모든 지각과 열정을 부여해놓고 인간의 경멸과 공포 앞에 나를 내팽개치다니. 하지만 내가 동정과 구원을 요구할 사람도 당신밖에 없으니 인간의 형상을 한 누구도 내게 보여주지 않은 정의를 당신에게서 찾기로 했다"

증오뿐이었던 감정을 접어두고 빅터에게서 정의를 찾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 신기했다. 그 정의라는 게 충격적이긴했지만. 

"나는 혼자서 불행한 삶을 살고있어. 인간은 나와 어울리지 않겠지. 하지만 나처럼 끔찍하고 흉한 여자라면 나를 밀어내지 않을거야. 나와 같은 부류, 나와 같은 결함을 가진 동반자가 필요해. 그런 존재를 만들어줘"

이 대목에서는 영화 <패신저스>가 생각났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먼 우주로 가야하는 상황. 동면 상태로 우주선에 탄 주인공이 캡슐 고장으로 깨어나게 되고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을 견디지 못해 멀쩡히 자고있던 여자의 캡슐을 열어 깨운다. '미쳤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영화다. 지금 깨면 도착하기 전에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데, 외롭든 괴롭든 혼자 견디고 죽어야지!!

빅터가 여자 괴물을 만들면 그 존재는 무슨 죄로 같이 외로움을 견뎌야 한단말인가. 빅터는 고민을 하다가 청을 들어주기로 결심하고 작업을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마음이 바뀌어 괴물의 꿈은 좌절된다. 이 좌절은 희망 뿐 아니라 두려움도 빼앗아가 앙리, 빅터의 아내, 아버지마저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내가 빅터였다면 어땠을까. 나는 일단 책임감 때문에라도 괴물을 버리진 않았을것같다. 내 잘못으로 창조된 생명인데 내가 보살펴주는 게 마땅하지. 외딴 오두막 하나 구해서 그 곳에서 같이 살면서 애정을 줬을 것 같다. 그랬다면 이런 비극은 안생겼겠지. 

만약에 내가 여자 괴물을 만들지 말지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와 글쎄 선택하기가 힘들다. 
안만들면 우리 가족은 물론 수 많은 사람이 죽을 운명이고, 만들자니 일이 꼬이면 인류에 위협적인 괴물이 2마리가 생기는 꼴이니 선택이 매우 어렵다. 

나는, 만들지 않고 내가 사랑을 주겠노라 설득할 것 같다. 설득이 통하지 않아면 너의 창조주인 나를 죽이고 마음을 풀으라고 재설득을 하고, 이것도 안되면 내 죄를 내가 떠안고 자살을 선택할 듯.

소설은 빅터가 병으로 앓다가 죽고 이를 본 괴물도 결국엔 자살로, 고통을 끊어내는 것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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