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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책] 길리언 플린, 나를 찾아줘

by 수별이 2015. 8. 21.

 

 

"맙소사, 닉, 당신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당신이 불쌍해서."

"왜?"

"왜냐하면 당신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당신이 되어야 하니까."

 

-p.639

 

 

600쪽이 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는 에이미 뿐이었고 이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졌다. 소시오패스가 이렇게 소름돋게 무섭고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결혼 5주년이 되는 날 에이미 앨리엇 던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집 안에는 누군가와 몸싸움을 한 흔적이 있고 주방에서는 에이미의 혈액이 닦인 흔적이 발견된다. 모든 증거들은 그녀의 남편 닉을 범인으로 몰아 가고 있지만 닉은 결백을 주장한다. 하지만 에이미가 임신을 했다는 병원진료 기록이 나오고, 설상가상으로 닉의 외도 사실도 밝혀진다. 이제 닉은 꼼짝없이 덫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데...

 

 

(스포일러 있음)

 

 

 

 

사실 초반엔 닉이 에이미를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이미의 일기장이 에이미의 다른 가면이라는 것을 몰랐으니까. 에이미는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완벽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원하지만 협조해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녀린 에이미와, 그런 남편을 살인자로 몰아 죽이려는 에이미.

 

 

부모가 쓰는 소설 속 에이미의 실제 모델인 에이미는 소설 속의 에이미처럼 완벽해지길 원했다. 그래서 늘 여러개의 가면을 준비해 놓고 상황에 맞게 골라 쓰며 평생 연기를 하며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늘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없는 부부라는 관계속에서 에이미는 실망했고 분노했으며 결국은 남편을 벌주기로 결심했다.

 

 

무려 1년동안 범행을 계획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에이미. 하지만 살해된 것처럼 위장하고  숨어지내던 중 큰 변수를 만난다.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뺏기고 만 것이다. 완벽한 에이미도 그런 순간은 예상하지 못했나보다. 결국 빈털터리가 된 에이미는 고등학교 때의 친구 데시에게 연락을 하고 그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를 통제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데시는 시간이 갈수록 에이미를 소유하고 복종시키고 싶어한다. 그러나 굴복할 에이미가 아니다. 그녀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데시를 살해한다. 하지만 에이미는 살인자가 아니다. 납치 간강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범인을 죽이고 탈출한 영웅이었다.

 

 

진실은 언론의 플래쉬 뒤에 가려진 채 사건은 에이미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에서 하는 말은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언론 플레이가 필수적이다. 에이미는 그것을 잘 활용했고 거짓이 사실인 척을하며 닉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 모든 역경을 딛고 집으로 돌아온 에이미에게 언론은 환호했고, 닉은 에이미를 사랑하는 척 해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에이미가 언제 어떻게 자신을 죽일지 모르니까. 에이미는 닉에게 지금까지 자신이 꾸민 모든 일을 자백했지만, 이 모든 일을 에이미가 꾸몄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가장 끔찍한 일은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다. 에이미가 닉의 냉동정자로 임신을 했다. 미친;;;

 

 

 

소름끼치는 여자다. 머릿속에는 미친 망상이 가득한데 겉모습은 아주 쾌활하고 완벽하게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무섭다 정말.

 

 

몇 년 전에 '케빈에 대해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끔찍한 영화였다. 영화 속 케빈은 엄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케빈을 임신했을 때 엄마는 행복해하지 않았다. 케빈이 태어난 후에도 그다지 모성애가 없어보였다 -  끊임없이 엄마를 화나게 하고 괴롭히다가 마침내, 같은 반 친구들을 강당에 가둔 후 활로 쏘아 죽이고 아빠와 여동생마저 쏘아 죽인다. 엄마를 제외한 주변 사람 모두를 죽인 것이다. 엄마가 평생 괴로워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부터 활쏘기를 연습하며 범죄를 준비하는 케빈과, 남편을 살인자로 만들기 위해 7년이나 거짓 일기를 쓰고 증거를 만든 에이미.ㅋㅋ 둘 다 미친 소시오패스다. 이보다 더 끔찍한 캐릭터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한가지 더. 방송에서 사실인 양 떠들어대는 것이 사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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