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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 기업의 부채비율, 낮은 게 좋은걸까요?

by 수별이 2012. 10. 13.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부채를 마구 끌어다쓰며 확장 경영에 몰두했습니다. 그러다 IMF를 맞게 되고 부채비율이 높은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국가부도 상황까지 내몰리게 되었죠. 그래서 정부는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줄이라고 강제하였고 그 결과 지금은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00% 안팎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안정적인 기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일부 기업의 사례를 보면 빚도 별로 없고 내부자금이 충분한데도 부도가 난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부채비율 높은 기업이 더 부실한 기업?

가정경제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업경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갖고 있는 자산에 비해 부채가 지나치게 많으면 그 기업은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설사 파산까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부채가 많아질수록 감당해야 할 자금압박이 심해지기 때문에 채권자들도 투자를 꺼릴 것이고 이렇게 되면 기업은 채권자들에게 더 많은 이자로 유혹을 해야하겠죠.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부채를 이용함으로써 기업이 얻는 혜택은?

그러나 부채를 적절하게 이용만 한다면 기업은 '레버리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효과란 지렛대 효과 라고도 하는데, 남의 돈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10억원의 자기자본으로 1억원의 수익을 올리면 자기자본이익률은 10%가 됩니다. 반면
10억원 중 5억이 부채였다면 자기자본이익률은 20%로 2배가 됩니다.

또 기업은 부채를 활용하면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은행이나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이자는 비용으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법인세는 총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뺀 뒤에 계산되는 순이익에 대해 매겨지는데, 이자는 일종의 비용이기 때문에 이자 지출이 많을수록 납부해야 할 법인세는 줄어드는 셈이죠.



적정한 부채수준은 어떻게 판단할까?

부채의 적정 수준은 산업 특성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건설업이나 조선업은 실질 부채가 아님에도 장부상 부채로 기록되는 선수금 이라는 항목이 있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일반 제조업에 비해 높게 나타납니다. 금융업 또한 남의 돈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 부채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죠. 따라서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최적의 부채비율은 상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은 것이 겉으로는 기업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부채비율이 수익성이 낮은 자산을 팔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기업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게 된 것인지, 혹은 단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증가시켰기 때문인지를 구별해 낼 수 있어야합니다.

과한 부채비율은 가계나 기업에 독이 되지만 적절한 부채는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부채를 향한 무조건적인 부정적 인식은 어느정도 사라지지 않을까합니다.


2012년 10월 12일 금요일자 조선일보 B10면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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