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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책] 더글라스 케네디,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by 수별이 2015. 9. 2.

 

 

지난번 '더 잡'을 읽은 이후 또 그의 책을 골랐다. 앞으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특이하게 1부와 2부 사이에 30년의 간격이 있다. 시골 의사의 아내로서 갓 태어난 어린 아들 제프리를 돌보며 사는 한나. 2부에서는 그 후 30년 뒤 이야기가 펼쳐진다.

 

 

펠험에서 댄과 살 때 한나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아버지가 보낸 토비어스 저슨 이라는 남자에게 며칠 숙식을 제공해주다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이다. 게다가 협박에 못 이겨 그가 캐나다로 도피하는 것을 돕기까지 했다. 토비어스 저슨은 범죄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혐의로 도피중인 사람이었는데 반체제운동에 동참했던 한나의 아버지와 잘 아는 사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나의 남편 댄은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나갔고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한나는 고등학교 교사로, 댄은 외과의사로 평탄한 삶을 살던 어느 날 불행이 불쑥 찾아왔다. 그들의 딸 리지가 실종된 것이다. 유부남 마크 맥퀸과 연애를 하던 리지는 그의 결별 선언 이후 자취를 감추고 온 가족은 충격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30년 전의 그 토비어스 저슨이 자신의 과거를 참회하는 책을 한 권 발표했는데 그 책 속에는 한나와의 일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저슨은 가명을 사용했지만 인터넷의 한 보수 사이트에서 한나의 실명을 밝혀냈고 한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게다가 저슨의 그 참회록은 온통 거짓 투성이였다. 한나는 불륜을 저지르고 범죄자를 도피시킨 파렴치한 여자가 되어버렸다.

 

 

언론은 한나를 씹어대기 바빴고 심지어 남편 댄마저 한나를 믿지 않고 떠나버렸다. 집과 학교는 기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고 온 세상은 그녀를 비난했다. 그녀의 곁에는 오랜 친구 마지 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이 다 보는 방송과 라디오에서 나를 비난하는 소식을 끊임없이 듣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한나는 그것이  초현실적인 경험이라고 했다. 분노를 넘어 멍~ 해지는 느낌일까. 언론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기독교인이 된 토비어스 저슨의 편이었다. 증거가 없는 것은 저슨과 한나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한나의 말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한나가 언론의 공격을 받는 장면을 읽을 때 정말 화가나고 마음이 아팠다.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이 세상을 떠나버렸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언론은 잔인하고 끔찍했다. 하지만 리지의 실종을 수사하던 담당 형사가 옛날 한나가 살던 펠험으로 가서 증인을 데리고 오고 전세는 한나쪽으로 기운다. 

 

 

방송에서 3자대면을 하면서 한나는 누명을 벗고 저슨이 쓴 책은 모두 회수된다. 언론 때문에 구렁텅이에 빠졌다가 언론 덕분에  누명을 벗는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어디있을까.

 

 

사건이 어느정도 해결되었을 때 마지는 떠난다.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며 간호사가 잠깐 나가있으라고 해서 나갔다왔을 뿐인데 한나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 마지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이보다 안타까운 순간이 또 있을까..

 

 

 

폐암으로 죽어가는 친구를 보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한나.

언론 때문에 망가지고 언론 덕분에 살아난 한나.

기독교적 신념으로 낙태를 반대하지만 한나와 인연을 끊어버린 새넌.

(이웃을 사랑하라, 원수를 사랑하라. 기독교에서는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는데 정작 기독교를 믿는 제프리와 새넌은 한나가 낙태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연을 끊으려 한다. 제프리는 방송 후 마음을 바꿨지만 새넌은 여전히 마음을 열지 않는다. 너무나 이중적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사람이 말했다고해서 100%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고,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의 말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이유도 없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싶다..

 

 

 

그런데 책의 제목이 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인지 모르겠다. 뜻을 찾아보니 미국 대통령이 매년 1월 의회에 제출하는 신년도 시정방침 이라고 하던데 이게 책 내용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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