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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책] 더글라스 케네디, 행복의 추구1,2

by 수별이 2015. 9. 4.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 내가 받은 감동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있다면 난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 작가가 될 수도 있겠지.ㅋㅋ 작가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제목만 봐서는 그다지 끌리는 책이 아니기에.

 

 

총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잭 말론과 새러 스마이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와 어머니 도로시의 죽음 이후 진실을 알게 되는 케이트의 삶을 다루고 있다.

 

 

 

잭 말론은 유럽으로 근무지를 옮기기 전 날 밤, 새러의 오빠 에릭이 연 파티에 왔다가 우연히 새러를 만나고 운명처럼 둘은 사랑에 빠진다. 9개월 후 다시 돌아오겠다고 철석같이 약속을 하고 떠나지만 그곳에서 그는 가혹한 운명을 만난다. 애정 없이 관계를 갖던 도로시가 임신을 해버린 것이다. 새러가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그가 그녀에게 보낼 수 있었던 답장은

 

 

미안해요

                      -잭

 

 

 

고작 단 한줄의 엽서였다. 이 장면에서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뒤에가서야 안 사실이지만 잭은 새러에게 고통을 줄 수 없어서 차마 사실을 얘기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차라리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새러에게는 더 좋았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랬더라면 그토록 잭을 증오하며 힘들어하지는 않았을테니까.)

 

 

 

4년이 흘렀다. 난 정말 깜짝 놀랐다.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잭과 새러의 만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연히 둘을 만나게 하다니. 좀 더 극적인 방법으로 만났더라면 좋았을텐데. 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ㅋㅋ 바로 이런 것이 독자를 놀라게 만드는 작가의 재주가 아닐지.ㅋㅋ

 

 

 

어쨌든, 잭을 잊어보려고 그토록 노력했던 새러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아 ㅠㅠ 그토록 힘든 시간을 보냈건만 잭을 보는 순간 새러는 다시 열정에 불타올랐고 잭도 마찬가지였다. 아내 도로시와 아들 찰리가 있었지만 잭은 새러와의 만남을 계속했고,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어느 날 아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어차피 아이가 생겨 어쩔 수 없이 결혼한 부부였기에 도로시는 새러의 존재를 인정해주었다. 놀랍다;; 아무리 그래도 부부인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도로시는 보살인걸까..

 

 

 

하지만 비극은 호시탐탐 그들을 노렸다. 새러의 하나 뿐인 혈육인 오빠가 과거 공산주의 활동에 몸 담았다는 밀고 때문에 잘 다니던 직장에서도 짤리고 아무 데도 취업이 되지 않자 폐인이 된 것이다. 새러가 조지 그레이와 처참했던 결혼생활을 끝내고 방황할 때 그토록 다정하고 세심하게 동생을 챙겨주던 그 오빠의 모습은 더이상 없었다. 결국 에릭은 죽었다. 새러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새러에게 오빠의 존재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새러는 고통을 다 극복하기도 전에 더 가슴 아픈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가 그토록 사랑했던 존 말론이 오빠를 죽음으로 내 몬 장본인 이라는 것. 물론 존도 FBI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현실에 굴복한 것이지 일부러 에릭을 골탕먹이려고 밀고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가 그런 것처럼 에릭도 과거 공산주의 활동을 같이 했던 동료를 밀고하고 현실과 타협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에릭은 양심을 지켰다.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면서까지 단 한명의 동료 이름로 발설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새러의 절망감을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있을까. 잭을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무시해 버렸더라면 에릭은 지금처럼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두 남자를 모두 잃은 새러 스마이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새러가 존을 용서하지 않길 바랐다.

 

 

 

그와의 연락을 철저히 차단며 5년이 흘렀다. 프랑스로 떠났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새러는 무방비 상태에서 다시 존의 전화를 받고, 벌이 꿀을 따라가듯 다시 그와 마주 앉아 새러가 떠난 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를 다 들었다.

 

 

"미안해요."

"괜찮아요."

"괜찮지 않을 거예요."

불쑥 나도 모르게 말했다.

"지금은 당신을 용서했어요."

 

-p.327

 

새러는 다시 존을 용서했다. 죄책감에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얼굴에 써있는 것 같았다. 그 사이 케이트라는 딸도 태어나 있었다.

 

 

 

존은 급성 백혈병으로 33살에 세상을 떠났다. 새러의 인생은 도대체 왜 이모양인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이 다 죽었다. 그나마 새러를 위로해 주는 건 존이 죽기 전 그를 용서했다고 말한 것이겠지.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것은 끝난다. 온갖 분노, 미움, 시기, 질투 같은 감정들은 죽음 앞에서 숙연해진다. 인간은 언젠간 죽을 것을 알면서도 이런 감정들과 싸우며 산다.

 

 

 

케이트도 결국 새러와 아버지를 용서했다. 케이트의 아들 에단도 언젠간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날이 오겠지. 행복이라는 것 안에는 늘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을 다 겪고 그것이 어우러졌을 때 행복이 오는 게 아닐까. 따져보면 인간은 참 힘들게 살아야 하는 존재같다. 에휴.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서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던 마지가 이 책에서 부활했다. ㅋㅋ 얼마나 반갑던지! 딱 한번, 새러의 친구로 언급되었을 뿐이지만 난 정말 좋았다. 게다가 새러의 첫 단편소설 주인공 이름은 한나였다. ㅋㅋ)

 

 

 

 

 

 

사람들은 비극을 두려워한다. 비극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비극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어디에나 스며들어 있다. 우리는 비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성벽을 쌓으며 평생을 보낸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비극의 침입을 막아낼 수는 없다. 비극은 뚜렷한 목표도 없고, 우발적이며, 무차별적이다. 비극이 밀어닥치면 사람들은 이유를 찾는다. 왜 자신이 끔찍한 비극을 겪어야만 했는지 따져본다. 비극에 담긴 신의 메시지를 뭔지 궁금해한다.

 

-2권, p.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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