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음식으로 기억되는걸까?
다녀왔던 장소나 여행지를 떠올릴 때면 순간의 장면보다는 같이 먹었던 음식이나 그 냄새가 먼저 떠오른다.설악산 숙소에서 먹었던 삼겹살, 대청댐을 보면서 먹었던 옥수수, 오키나와 어느 식당에서 먹었던 짜디 짠 파인애플 볶음밥, 양양에서 먹었던 탄 바베큐와 달콤했던 복숭아 한 박스, 제주도에서 먹었던 게 요리.
그 곳의 풍경이 어땠는지 무얼 보고 감탄을 했는지는 음식에 대한 기억에 밀려 흐릿하다. 미식가도 아니고 먹는 것에 흥미가 있는 사람도 아닌데 왜 누구와 어떤 것을 먹었는지가 먼저 떠오르는지.
저자도 나와 비슷한 것 같다. 기억의 장면마다 음식이 등장한다. 커피와 담배를 사랑했던 저자의 어머니는 딸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종종 다녔던것같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혼자 그 음식을 먹게 되었을 때 엄마가 많이 생각나겠지. 보고싶을 것 같다. 눈물이 나려나?
우리 엄마는 맛있고 예쁜 음식은 가족들에게 주고 정작 본인은 타거나 찢어지거나 못생긴 음식만 먹는다. 외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 한번은 피자를 시켜서 먹은 적이 있는데 엄마가 한 입 맛을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건 엄마가 먹기엔 너무 아까운 맛이다."
충격이었다. 이젠 엄마도 스스로 맛있고 좋은 음식 드시면 좋을텐데. 엄마가 돌아가시면 나는 어떤 음식을 떠올리며 엄마를 추억하게 될까? 찢어진 계란말이나 탄 고기를 보며 엄마를 추억하게 된다면 너무 슬플 것 같은데 엄마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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