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영화

오스만 제국의 꿈 시즌2

수별이 2025. 4. 20. 17:16

 

왈라키아는 헝가리와 오스만제국의 사이에 끼어있는 나라로 현재 루마니아 지역이다. 

왈라키아의 통치자 블라드 드라큘라는 어린시절, 메흐메트2세와 궁에서 함께 자란 사이다. 동생과 함께 볼모로 잡혀있었던 것. 

어린 아이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좌절감과 분노,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어떻게 감당하고 참아냈을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상상이 잘 안된다. 사랑보다는 의심과 두려움 속에 살아야 했던 인물. 따뜻하게 보살펴줄 사람이 있었다면 운명은 달라졌으려나.

어쨌든 어린 시절의 이런 경험과 앙금이 훗날 왈라키아를 통치하면서 그렇게 잔혹한 방법으로 표출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꼬챙이형으로 죽은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너무 끔찍한 형벌이다.

가시공 블라드는 헝가리와 유럽을 등에 업고 메흐메트 2세와 전면전을 선포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등장하지 않음......허허;;;

메흐메트2세는 장인인 함자베이를 왈라키아로 보내 블라드를 생포해오라했지만 오히려 함자베이가 생포되어 결국 죽임을 당했다 ㅠㅠ



서로를 너무나 잘 알았기에 전투는 길게 이어졌는데 블라드3세가 이길뻔하기도 했지만 결국 동생 라두가 메흐메트2세의 든든한 아군이었기에 블라드는 수도를 버리고 도망자 신세가 되고만다. 

거짓 정보를 흘려 형을 죽이려했던 라두. 그런 동생을 마주했을 때 블라드의 심정은 어땠을지.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었나보다. 

처음엔 당혹감을 느겼을 것같다. '어? 왜 라두가 여기에?' 이런 느낌. 그러다 이녀석이 날 속였다는 것에 화가 났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이기에, 잘 설득하면 내 편에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잠시 품었으리라. 그러나, 결국 이놈은 더이상 왈라키아인이 아니라는 좌절감에 분노하지 않았을까.

처음엔 메흐메트2세를 응원하고 감정이입도 여기에 했지만 블라드3세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그 입장도 이해가 되고 가엾기도 하다. 따뜻하게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면 그런 괴물이 되지 않았을텐데.

인조때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생각난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도 비슷한 일을 겪었네. 블라드와 메흐메트2세는 1462년 무렵이고 소현세자는 1645년으로 200년 정도 차이가 나긴 하지만. 어쨌든 역사에서 200년 정도야 뭐.

둘 다 인질로 타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돌아와서 나라를 위해 애썼다는 점이 비슷하다. 비록 나라는 나를 지켜주지 못했지만. 



오스만군은 마침내 왈라키아의 수도 트르고비슈테에 들어왔고 이곳에서 그들은 2만구가 넘는 말뚝에 박혀있는 시체를 마주한다. 일명 시체의 숲. 이곳에 함자베이의 시신도 있었다. 

블라드 드라큘라는 끝내 왈라키아로 돌아오지 못했고 17년 후, 말뚝에 머리만 덩그러니 꽂혀있는 블라드의 모습을 바라보는 메흐메트2세의 모습으로 다큐는 끝난다.

마지막에, 메흐메트2세가 돌아서며 동전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린 시절 둘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 씁쓸했다. 어떤 마음으로 그 동전을 이리도 오랜 세월 간직하고 있덨던걸까 생각하면 짠하기도 하고. 

둘은 끝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나. 라두처럼 환경에 저항하지 않고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더라면 역사는 달라질 수 있었을텐데. 가장 의미없는 것이 역사에서 가정을 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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