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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책]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by 수별이 2015. 11. 30.

 

 

 

 

입시전쟁, 취업전쟁, 육아전쟁…… 그동안 이런 말들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전쟁을 글로만 배워서 그 잔혹함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전쟁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할 것 같다.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은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그 주인공이 여자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여자가 주인공인 전쟁 이야기, 바로 2015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소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다.

 

 

저자는 2차세계대전에 직접 참여했던 여성 200여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실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도 직접 그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더 슬펐다.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차를 기다리며 수다를 떠는 모습을 매일 본다. 그 또래의 어린 여학생들이 펜 대신 총을 들고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전쟁을 한번 겪고나면 다시는 그 전의 평온했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왜 어른들은 말해주지 않았을까. ㅠㅠ

 

 

아니 그보다, 도대체 이렇게 무자비하고 끔찍하다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전쟁이라는 것을 왜 하는 것인지.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없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내전이 벌어지고 있고 끊임없이 살상무기를 개발하며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서로 욕심부리지 않고 도와가며 사는 이상적인 사회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여자들이 말하는 전쟁에는 영웅담이나 위대한 업적, 장군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얼마나 전쟁이 잔인하고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전쟁을 끝내고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돌아온 그녀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이었다. 전쟁터에 나갔다 온 여자가 결혼이나 할 수 있겠냐에서부터 네가 우리집에 있으면 네 오빠가 동생들이 결혼이나 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 네가 집을 나가라까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변인들의 반응이었다. 전쟁터에서 첫 생리를 하고, 전쟁 중에 키가 클 정도로 어린 소녀들이었는데 박수를 쳐주기는 커녕 손가락질을 하다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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